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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일기

사랑니 4개 모두 발치 끝! 매복 윗사랑니 한번에 양쪽 동시 발치 후기 (사랑이아프니 강남점)

by 새우25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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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사랑니 연대기

하나 빼고 기념사진

2016년에 사랑니 4개 중 하악 수평 매복사랑니 하나를 뺐었다. 보통 사랑니를 빼게 되는 계기는 어금니 충치가 생기거나 잦은 염증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때 발치를 마음먹던데, 나같은 경우는 어떤 트러블도 일으키지 않는 사랑니였다. 그런데 나는 찝찝한 걸 잘 못참는 성격이라 언젠가 빼야할 거 빨리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에 발치를 하기로 했다. 동네 치과에서 추천해준 대구의 어느 치과에서 발치를 했는데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나 빼는 데 30분 정도 걸렸었는데 뿌리를 남긴 채 발치가 마무리 되었다. 혼자 버스타고 지하철하고 집으로 오면서 마취가 풀려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집에서 거즈를 뺄 때 지옥을 맛보았다. 엄살이 심한 편도 아닌데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파서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니까 점점 나아지긴 했다.)

 

아무튼 그날의 경험으로 앞으로 남은 사랑니발치는 최대한 늦추자고 다짐했지만, 인터넷에서 뒤지면서 사랑니는 20대 때 빼는게 베스트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대학생 때 갑자기 또 사랑니 발치에 삘이 꽂혔다. 이번에는 그래도 좀 유명한 데로 가야겠다 싶었고 마침 서울에서 자취를 했었기 때문에 서울의 유명한 치과들을 여러 찾아보다 강남 사랑이아프니로 결정하고 병원에 방문했다. 2019년이었다.

 

두번째로 뺀 하악수평매복사랑니~

유명세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저번 발치 경험으로 걱정을 오만상하면서 마취를 하고 누웠는데(항상 마취는 아프지 않았다) 저번처럼 갑자기 칼로 잇몸을 째 노련한 의사선생님의 힘으로 나의 얼굴을 찍어 누르더니 정말 5분도 안돼서 발치가 끝난게 아닌가! 지난 번 경험과 엄청난 차이라 어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마취가 풀리면 어마무시하게 아프겠지 싶어서 약도 빨리 먹었는데, 집 오는 동안, 또 집에 도착해서 특별히 발을 동동 구를 만큼 통증이 없었다! 이 날 남은 사랑니 모두 사랑이아프니 치과에서 뽑자고 마음 먹었다.

 

사실 발치 후 통증은 없었지만 며칠 후 편도에 염증이 크게 생겼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봤는데 사랑니 발치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소독을 위해 헥사메딘을 처방받았다. 편도가 최고로 심하게 부어서 바닥에 머리를 대고 눕는 순간 목구멍이 좁아지면서 기침이 끊임없이 나와서, 침대 위에 접이식 테이블을 올려 엎드려 잤던 기억이 난다. 피곤함도 극도로 심했고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올해, 지방에 내려와서 살고 있는 요즘, 윗사랑니 하나가 자라나왔다. 너무 날카로워서 입 안 볼살을 찌르는 바람에 구내염이 심하게 생겼다. 드디어 사랑니가 "불편해서" 뽑게 되었다. 여긴 촌이라서 어딜가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사랑이아프니 치과에 갔다. 2019년에 사랑니를 빼러 갔을 땐 네이버예약시스템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네이버 예약으로 시간대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거의 몇개월치가 예약이 항상 꽉차있어서 다음날 취소건을 잡아야 했다. 사랑니 발치에는 충동적인 면이 있어서 일본여행에서 귀국한 뒤 바로 그다음날 오후 취소건 예약을 잡고 서울로 향했다.

 

2. 이제 내 인생에 사랑니란 없다!

오랜만에 온 사랑이아프니 치과. 예전보다 좀더 밝아진 분위기인 것 같다. 와보니 의사선생님이 예전분이랑 다른 분이셨다. 2019년 때 뽑아준 선생님은 무뚝뚝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칼같은 성격이라고 느껴졌는데 이번에 뵌 선생님은 굉장히 친절하셨다! 마음이 좀 놓여서 상악동 천공 등 궁금한 점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편하게 해줘서 매우 만족했다. 아무래도 혼자가면 의지할 곳이 없어 긴장이 더 되는데 부드럽게 말씀해주시니 확실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엑스레이를 찍고 저번과 달리 CT촬영도 했다. 서울 간 김에 윗사랑니 양쪽 다 그냥 빼버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면 또 다음 예약 잡아야하니까 번거로워서) 의사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양쪽 뽑아도 된다고! 지금 반대쪽도 나오기 일보 직전이라 상관없다고!... 그래서 오케이 했다. 난 참 이런 면에서 용기가 있는 것 같다 😤

 

윗니에 마취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바늘을 입천장에 찌르는 건 매우 불쾌한 것을 알게 되었다. 동생은 아주 어릴 적 무통주사가 아닌 일반 마취주사로 입천장에 맞았는데 정말 엄청난 고통이었다며 아직까지도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아프니에서는 무통주사를 사용해서 죽도록 힘든 건 아니었지만, 생선 먹다가 아주 얇은 가시가 입천장에 꽂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섭긴 무섭다. 근데 참을 만하다. 새끼발가락 모서리에 찧는게 진짜 10배는 더 아프다.

 

윗잇몸에 마취를 하니까 코, 광대까지 묵직하고 부은 느낌이 들었다. 숨쉬는 것이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입으로 쉬기도 이상하고 코로 쉬기도 이상하고. 긴장도 하다 보니 요상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이 코로 천천히 호흡하라고 말씀하셨다. 입벌리라고 해서 입안 잘 보이게 엄청 크게 벌렸는데 입술 찢어지지 말라고 바세린을 면봉으로 톡톡 발라주셨다. 머쓱타드.

 

의사 선생님이 세명을 동시에 진행하는거라서 마취하고 웨이팅, 스케일링하고 웨이팅 등 조금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조금 지루해서 긴장이 점점 없어졌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차례가 왔고 의자가 젖혀졌다. 얼굴에 초록천이 덮히고 깊이 박혀있는 매복사랑니부터 시작하였다. 뿌리 끝이 휘어서 사랑니를 돌리는 작업을 했는데 이러다가 내 광대가 깨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을 세게 쓰셨다. 잇몸에는 아무느낌이 안나지만 얼굴로 가해지는 압력이 무서웠었다. 하지만 한 1분 만에 발치를 완료하셨다. 이어 바로 반대쪽 이미 다 나버린 사랑니를 뽑았다. 이건 정말 30초만에 뺐다. 광대 깨질듯이 힘주는 그런거 하나도 없이 "잉!" "끙!" 이렇게 두번하니까 뽑혀졌다. 그렇게 3분도 안된 채 발치가 끝났다. 상쾌!

 

수납하러 나가기 전 뽑아진 사랑니를 보여주셨는데 발치 후는 여전히 경황이 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찍고 올걸 ! ㅠㅠ

 

양쪽을 동시에 빼고 양쪽 모두 거즈를 물어야 해서 몇시간 동안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고갯짓으로 뜻을 전하고 말할 것이 있으면 글자를 쓰거나 폰에 적어서 이야기를 했다.

 

예전과 다르게 헥사메딘을 처방해주셨다. 나는 저번 아래 수평매복사랑니 발치 후 편도 부었던 경험으로 미리 헥사메딘을 한 통 사두어서 빼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집까지는 왕복 6시간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점점 마취가 풀렸고 물고 있는 거즈가 계속 살을 누르고 있는 것이 통증을 줬다. 발치 부위가 아픈 게 아니라 그 거즈가 닿는 부분이 아프다. 짜증나는 아픔이다. 누가 팔꿈치로 허벅지를 계속 꾸우우욱 누르고 있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아래 매복사랑니를 뽑았을 때는 실로 봉합을 해서 침 삼킬 때마다 잇몸이 당겨지다보니 아팠었는데 윗 매복사랑니는 봉합을 하지 않아 침 삼킬 때 등 전반적으로 안 아팠다. 거즈를 빼면 매우 편한 편이다. (음식물이 잘 끼지않아 봉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약을 먹고 거즈를 교체했다. 

 

다음날 붓기가 약간 있었다. 호박죽을 차갑게 식혀 삼켰다. 예전에 발치부위가 건드려질까봐 양치를 발치부위를 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과감하게 발치 부위 근처 이빨도 어금니 칫솔로 살살 닦았다. 훨씬 상쾌! 개운! 클린! 나는 매복 윗사랑니가 깊게 상악동과 접해져있어서 보통은 1주만 금지하는 빨대 등을 2주동안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가글할 때에도 그냥 물을 입에 물고 얼굴을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 젖혀 입벌려 목 가글하기. 편도 부으면 많이 힘드니까 잘 관리해야 한다.

 

지금 발치한 지 10일이 지났다. 상악동과 사랑니가 붙어 있어서 천공이 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코로 물이 나오는 현상은 없었다! 고개를 숙이거나 하면 코에 압력이 심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자세도 최대한 피하고 양치할 때에도 몸을 움직여 가글을 했다. 그리고 빨아먹는 것도 하지 않았다. 잘 아물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음주 수요일까지만 이렇게 버티면 어느정도 괜찮아질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한달 뒤에도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 하니 이번 달 동안은 빨대를 쓰지 않고 조심할 예정이다.

 

양쪽 모두 발치하면 식사가 가장 걱정되는데 의외로 먹을 수 있다. 식욕도 그대로다. 사랑니 양쪽 발치하고 3일 뒤에 치킨도 잘게 잘라 먹었다. 5일 째에는 과메기도 조각조각내어 앞니로 씹고 넘기는 방식으로 먹었다. 과메기 좋아하니까...! 생일날에는 케이크도 먹었다. 다만 오징어와 쥐포는 먹지 못했다. 질긴 건 절대 못먹는다. 그렇게 일주일은 앞니로만 씹고 그대로 삼키면서 식사를 했고, 요즘은 앞쪽 어금니도 조금씩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앞쪽 어금니를 사용하는게 편해서 갑자기 사랑니를 발치한 걸 까먹고 음식물이 안쪽으로 들어갈 때도 있는데 이때 절개한 잇몸 사이로 꽤 큰 것까지 들어가니까 조심히 먹도록 하자. 나는 매운 어묵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느낌도 이상하고 매우 놀랬다. 처음엔 어묵인지 몰라서 안에 있는 게 절개한 잇몸이 떨어져 나간 걸까봐 무서웠는데 아니었다. 다행히 큰 변은 일으키지 않았다. 그냥 양치 잘하고 잘 아물기만 기다리면 될 것 같다.

 

3. 수고했다 나...!

우리 엄마는 사랑니가 없다. 외삼촌도 없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를 닮아서 사랑니 4개다. 언제 다 빼지 싶었는데 이제 드디어 다 뽑아버렸다!! 개운하고 시원하다! 골칫거리였는데! ㅎㅎ 한번에 2개 빼는 것도 잘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또 지금 같은 시간을 보내야하니까...! 아픈 건 없긴 해도 계속 압력 주지 않도록 신경 써야하는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나의 사랑니 연대기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하루 빨리 가득 찬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마음껏 맛있는 것을 씹고 싶다!! 한입 가득 쌈싸먹고 한입 가득 비빔밥을 먹고 싶어! 치킨도 크게 한입 베어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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